무거운 현실 앞에 울먹이는 아이를 꼬옥 안아준 영화

무거운 현실 앞에 울먹이는 아이를 꼬옥 안아준 영화

[현장] <괜찮아, 앨리스> 26일 성남분당 특별 시사회

박정훈(friday76)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 분당 야탑 CGV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여고생이 눈물을 쏟자 다가가 안아주고 있는 양지혜 감독 모습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 분당 야탑 CGV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여고생이 눈물을 쏟자 다가가 안아주고 있는 양지혜 감독 모습 ⓒ 박정훈


"지금 당장 옆을 돌아볼 용기도 없을 것 같고 무섭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생각하니 더 막막해지고 그래서..."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CGV에서 진행된 영화 <괜찮아, 앨리스> 특별시사회 '관객과의 대화'는 밝은 표정의 한 여고생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그는 몇 마디 지나지 않아 이내 표정을 바꾸었다. 학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밝은 첫 인사 뒤로, 자신이 마주한 현실의 중압감을 꺼내든 것이다.여학생은 "얼마 전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와서 학원에서 펑펑 울었다"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영화에 나온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부럽더라"면서 붉게 젖은 눈으로 가쁜 숨을 내쉬었다.이에 현장에 있던 양지혜 감독은 그대로 그 학생을 꼬옥 안았다. 이 자리에서 오연호 대표와 학부모, 관객들은 "괜찮아, 괜찮아"라며 함께 이 학생들을 응원하기로 약속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 분당 야탑 CGV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와 관련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 분당 야탑 CGV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와 관련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박정훈


"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았어요. 친구가 말한 것처럼, 공부를 안 하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애들이 많이 있어요. 근데 그런 애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게 생각이 났어요."함께 극장을 찾은 또 다른 여고생도 자신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학생은 "다른 진로를 찾아도 응원해줄 수 있는 분위기면 좋겠다"라며 "'중졸, 고졸을 벌써 포기한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분위기 자체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영화 출연 및 제작에 참여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우리 청소년들이 좀 더 밝고 명랑하게 이 사회에 함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위한 영화를 만들어봤다"며 말문을 열었다.그는 "우리 사회가 경제 성장도 하고 민주화도 했지만 안타까운 지표들이 많다. 그중에 하나가 고립된 청년들 숫자가 50만 명이라는 점"이라면서 "우리 청년들 중에 집 밖을 나가기를 두려워하고 사회와 섞이기를 두려워하는 고립 은둔형 청년이 5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고 전했다.학생들 생각에 잠시 목 메인 선생님 "힘들어 자퇴하는 아이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 중 자신이 고3 담임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는 모습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 중 자신이 고3 담임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는 모습 ⓒ 박정훈

이날 시사회의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를 보고 난 뒤 '독백하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이 사회 이 시스템을 만들어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영화를 통해 공감대를 느끼는 사람들을 찾아낸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기왕에 알게 된 바, 무엇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찾아보도록 하겠다." (분당 지역 주민)"자퇴하는 (고등학생) 친구들이 작년에 1학년에만 15명이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황하는 학생들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이것을 나눌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없다고 느껴져서 속상한 마음에 찾아오게 됐다." (고3 담임 선생님)교육 현장의 깊은 고민을 토로한 선생님도 계셨다. 잠시 목이 메이기도 한 그는 숨을 고르며 현재의 교육 현실을 전했다. 고3 담임을 4년째 맡고 있다는 이 선생님은 "물론 공교육 안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친구들이 분명히 많이 있다. 그런 친구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영화의 모든 부분에 공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 분당 야탑 CGV에서 열렸다. 양지혜 감독은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와 관련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 분당 야탑 CGV에서 열렸다. 양지혜 감독은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와 관련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박정훈

"(영화 속)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행복하다는 말이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할까' 하면서 (학교에) 보냈는데 저도 어느 순간 성적을 묻고 있더라." (서은경 성남시의원)자신을 네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그는 "아이들 모두 대안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영화를 보고) 오늘 많이 반성했다. 다시 초심을 가져야 되겠다"고 말했다."저는 <괜찮아, 앨리스>라는 영화가 답을 말해주는 작품이 아니라 질문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아이들과 학부모가 나오는 교육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섬세한 감정선을 담아낸 양지혜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양 감독은 "관객들을 만나다 보면 영화와 관객의 힘을 느낀다"며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것에 공감을 먼저 하시고, 내가 지금부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기 시작하시더라. 너무 신기한 경험"이라고 이야기했다."<괜찮아 앨리스> 답 아닌 질문하는 영화... 사회적 고민 함께해야"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 분당 야탑 CGV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와 관련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 분당 야탑 CGV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와 관련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박정훈

"지금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법과 제도가 (이들을) 어떻게 잘 포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사회적으로 함께하면 좋겠다." (김병욱 전 의원)"처음 영화를 보고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좋은 영화는 영화가 끝났을 때 (현실에서) 새로운 영화가 시작되는 영화다. 우리 분당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을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광재 전 의원)"중·고등학교 시절이나 지금이나 경쟁이 가장 큰 문제다.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친구가 아니고 경쟁자로 보이게 만든다. 저도 사실 (이걸)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경쟁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게 저도 노력하겠다." (김지호 민주당 경기도당 대변인)"뒤에서 눈물을 좀 많이 흘렸다.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학교 밖의 청소년들만 위험한 게 아니라 학교 안의 아이들도(위험하다). 집에서도 가정이 불화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대로 놔둘 수 없다." (신인규 변호사,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미국이라는 사회를 지나치게 우리는 편식하고 추종해 왔던 게 아닌가. 지금 행복 순위 1, 2위를 다투는 나라가 덴마크, 핀란드라는 나라이지 않나. 우리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우리 자신이 모두 괜찮은 사회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혁규 전 청주교대 총장)"다섯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 힘들었다. 모든 행복을 추구하는 교육 시스템을 정치가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 같은 곳을 서울대 1, 2, 3호 등으로 나누어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을 깨달라." (다섯 아이를 둔 한 가장)이날 성남분당 시사회에 참석한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무력감에 눈물 쏟기도... 경쟁 속 행복할 수 있게 새로운 변화 만들어내야"

 중학생 때 성적이 좋았지만 어느 순간 평가를 받는 데 대한 강박적 불안감이 찾아온 '여름(이주연)',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섭식 장애를 겪었던 '늘봄(김민지)'. '꿈틀리인생학교'를 소개해주는 두 학생은 활기차고 발랄했다.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한 장면.

▲중학생 때 성적이 좋았지만 어느 순간 평가를 받는 데 대한 강박적 불안감이 찾아온 '여름(이주연)',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섭식 장애를 겪었던 '늘봄(김민지)'. '꿈틀리인생학교'를 소개해주는 두 학생은 활기차고 발랄했다.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한 장면. ⓒ 괜찮아앨리스

이날 함께한 영화 <괜찮아, 앨리스>는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입시 만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1년간의 쉼을 제공하며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다른 방향과 가능성을 모색할 기회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다.새로운 교육 실험에 나섰던 '꿈틀리인생학교'는 2016년 강화도에 문을 열었다.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모티브로 삼은 대안학교다. 잠시 멈춰서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탐색해보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에프터스콜레는 '인생학교', '인생설계학교'라고 불린다. 덴마크 청소년들의 20%가량이 이곳을 거친다. <괜찮아, 앨리스>는 꿈틀리인생학교를 다니거나 거쳐갔던 청소년들과 그들의 부모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이날 영화 중간 중간 출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백하듯 이어지는 깊은 독백이 나올 때 마다 관객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또 아이들의 순수하고 밝은 모습에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나쵸(성의준) 아빠 성종호씨는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한 장면.

▲나쵸(성의준) 아빠 성종호씨는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한 장면. ⓒ 괜찮아앨리스

"학생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관객과의 대화 말미에 오연호 대표는 이렇게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인생은 살 만하다는 걸 깨닫고, (자신에 대한 탐구를) 누군가에게 대신 해 달라고 하지 않고 우리 집에서, 우리 마을에서 스스로 하자는 게 이 영화"라며 "이 영화를 본 여러분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래?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지. 어디든 상관 없어. 그러면 어느 길로 가도 상관 없지. 넌 어디든 도착하게 돼 있어. 충분히 걷다 보면 말이야."-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이 영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같은 마지막 질문을 남겼다. 과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대한민국 이 땅의 '앨리스'들도 삶의 여정을 즐겨나갈 수 있을까?<괜찮아, 앨리스>는 수능 시험일인 오는 11월 13일 정식 개봉한다. 영화 보기를 원하는 사람은 해당극장 또는 CGV 상영관 및 <오마이씨네> 홈페이지(www. ohmycine.com)에 접속하면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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